[국제기능올림픽 17번째 우승 빛과 그늘] 인기분야는 ‘입도선매’ 비인기분야는 ‘문전박대’
입력 2011-10-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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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7년 제2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부터 지난 9일 런던에서 막을 내린 41회 대회까지 우리나라가 기록한 순위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모두 17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최근에는 2007년 일본 시즈오카, 2009년 캐다나 캘거리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술 강국의 위용을 뽐낸 이들의 금메달 이후의 일자리는 희비가 엇갈린다. 16일 산업인력관리공단에 따르면 2007년 대회 입상자 31명 중 28명, 2009년 27명 중 22명이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올해는 입상자 26명 중 19명이 취업을 마쳤다. 모두 기계·금속·전기전자 등 인기 분야 전공자들이다.
반면 건축·공예·화훼 등 비인기 분야는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취업을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요가 적다보니 취업보다는 전공을 버리거나 대학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2007년과 2009년 입상자 58명 중 8명이 여전히 취업준비 중이다. 이른바 ‘인기 기술’과 ‘비인기 기술’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금속·전기전자 등 인기 종목은 대기업이 서로 모셔가기 바쁘다. 2007년과 2009년 입상자 중 28명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올해도 16명이 대회에서 입상하기 전에 이미 대기업에 입사한 상태였다. 이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데다 이직률도 낮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한다. 이들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술을 연마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기술연구소 산하에 기능올림픽 전담부서를 설치해 훈련을 돕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기술교육원 산하에 기능올림픽팀을 두고 선수를 육성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금메달을 땄다고 특별히 급여가 오르진 않지만 인사고과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승진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적(벽돌쌓기), 의상디자인, 화훼장식, 귀금속공예 등은 찬밥 신세다. 올해도 입상자 중 7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 2009년 대회에서 귀금속공예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윤태식(22)씨는 “대기업은 거의 없고 그나마 중소기업이 몇 곳 있다. 귀금속 기술자를 알아주는 곳이 없어서 취업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제올림픽 입상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국내대회 입상자들의 취업률은 더 떨어진다.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 22개 종목 입상자의 취업률은 20%에 그쳤다. 건축·공예·미예 분야는 취업이 더 어렵다. 기능대회 입상자들이 취직을 못해 할 수 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입상자의 75.6%가 대학 입학 쪽으로 진로를 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