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 LPGA 100승 위업] 골프 변방의 도전 23년… 세계 무대 중심으로 우뚝
입력 2011-10-16 22:54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한국(계) 선수들이 통산 100승 고지에 오르기까지 무려 2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골프 황무지에서 일군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에 대해 세계 골프계는 경이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방한한 ‘왕년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작은 나라에서 보여준 골프 열정만으로도 한국여자골프는 이미 세계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내에 변변한 대회조차 없던 시절, 먼저 일본 무대에 진출했던 구옥희(55)가 1988년 3월 2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CC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우승, 한국인 최초로 LPGA 챔피언에 오른다. 93년과 94년 고우순이 일본에서 열린 LPGA대회에서 2승을 보탰지만 한국 선수들에게 LPGA 무대는 그저 먼 나라 꿈의 무대였다.
98년 혜성같이 미국 무대에 나타난 박세리가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올리면서 LPGA는 더 이상 미지의 신세계가 아니었다. 박세리가 우승의 물꼬를 트자 국내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김미현 한희원과 미국 유학파 박지은 등이 잇달아 우승에 가세했다. 이후 한국 낭자들은 2006년(11승), 2009년(12승), 2010년(10승) 등 3차례나 두 자릿수 우승을 기록하면서 승리에 익숙해져 갔다. 그 사이 한국 선수들로 인해 LPGA의 시청률이 낮아지고 스폰서가 떨어져 나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한국 선수의 미국 진출은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박세리 첫 우승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 신지애(미래에셋) 등 ‘박세리 키즈’까지 가세하면서 LPGA는 50여명의 한국(계) 선수들이 포진하기에 이르렀다.
역대 한국(계) 선수 우승기록으로 보면 박세리가 25승으로 단연 최고였고, 김미현 신지애가 각각 8승, 박지은 한희원이 각각 6승을 올렸다. 이 가운데 재미교포가 세운 승수는 펄 신, 크리스티나 킴(김초롱), 미셸 위(위성미)의 5승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 승수는 95승이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21·한화)의 우승으로 100승 달성이 목전에 다가오자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들이 이를 의식, 100승 달성이 늦춰졌다는 뒷얘기도 있다. 100승의 의미에 대해 박세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00승 달성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앞으로 200승, 300승 달성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