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살려놨더니 배당잔치”… 금융권 탐욕 손본다
입력 2011-10-16 22:27
금융당국이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높은 배당과 급여 문제에 본격 개입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유난히 급여 수준이 높고, 수익이 발생하는 족족 배당 잔치를 벌이는 금융권의 관행에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금융당국, ‘배당잔치’ 제도보완 추진=금융위원회는 16일 금융회사의 배당과 급여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증권사의 배당·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국민 정서가 있다”며 “직접적인 규제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수준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밝힌 ‘간접적 방법’이란 건전성 규제 강화를 말한다. 배당과 성과급 등의 비율을 직접 제시할 수는 없지만 대손충당금·이익준비금 등 내부보유금을 쌓도록 유도해 ‘돈잔치’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업계에 배당을 하지 말라고 직접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위험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라는 이야기는 할 수 있다”며 “우회적인 방법으로 은행들이 스스로 적정 배당·급여·수수료를 결정하게끔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는 금융회사들이 그간 정부로부터 많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으면서도 막상 이익이 생기면 배당 잔치를 벌이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1997년 1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은행권에는 86조9000억원, 증권·투신사에는 2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위기 시에는 ‘혈세’로 도움을 받고, 이익만 생기면 배당에 나선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탐욕’ 실태 어떻기에=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6∼2010회계연도) 금융권의 배당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 총액 비율)은 25.9%로 전체 업종 평균인 20.3%를 웃돌았다.
금융권의 배당성향은 순이익이 비슷한 소재(16.7%), 산업재(18.1%), 경기소비재(13.9%) 업종보다 월등히 높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신한금융·우리금융·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의 배당성향은 16.8%로 집계됐다. 22조9601억원의 순이익 중 3조8652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2008년 8.04%였던 배당성향은 지난해 14.6%로 껑충 뛰었다.
증권사들은 배당에 더 적극적이었다. 삼성·대우·우리투자·현대·한국투자증권 등 5대 증권사의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32.4%로 금융지주사의 2배 수준이었다. 5조6052억원 중 1조8175억원을 배당금으로 줬다. 대신·하나대투·한양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50%를 상회했다.
문제는 이러한 배당이 일부 사주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KB금융(57.06%)·하나금융지주(59.73%)는 배당 때마다 배당금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유출한 셈이다. 또 배당성향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배당액의 상당 부분이 사주들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금융권의 급여 역시 ‘모럴 해저드’ 수준이다. 공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와 10대 증권사 직원들은 올 들어 평균 651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 5곳의 직원 평균 월급인 503만원보다 151만원이나 많은 수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