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카드사… 또 다시 위기 맞나
입력 2011-10-16 22:25
신용카드 업계가 2003년 카드 대란에 이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카드 대란이 무분별한 대출 확대 경쟁으로 벌어진 부실화 때문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전체 순이익의 41.6% 수준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으로 인한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현재 카드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영업하고 있는 직불형카드(체크·직불카드) 활성화 대책을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어서 카드사들은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편 요구에 맞닥뜨리게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는 2008년 5조5847억원, 2009년 6조1296억원, 지난해 7조1949억원으로 매년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조95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인 8조원대 수수료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수수료 수입 증가로 인해 카드업계는 지난해 2조7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억제책에 이어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카드업계의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은 가맹점 확대로 인한 것일 뿐 실제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수수료 인하 요구는 경제 논리가 배제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이 1만원을 카드로 썼을 경우 카드사가 얻는 수수료는 150~250원 수준이다. 여기에 결제망 운영업체인 밴(VAN)사에 지급하는 처리비용이 건당 100~170원 수준이며, 내부 처리비용과 리스크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카드사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밴사 수수료를 낮춰보려 했지만 2~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어 수수료 인하 협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직불형카드 사용 확대에 나서는 것도 카드사엔 부담이다. 예금액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직불형카드는 1개월 정도 후에 돈을 갚는 ‘외상구매’인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가계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은행 계좌가 없는 전업 카드사는 은행에 0.5% 안팎의 계좌 이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며 가맹점 수수료도 신용카드에 비해 0.5% 포인트 정도 낮다.
이에 따라 고객에 대한 지나친 혜택을 축소하고 수익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를 쓰면 6000원에, 현금으로는 8000원에 영화를 보는 ‘역진적 소득분배’를 없애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고객 불만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