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미국 차 사게 돼” 오바마, MB 앞세워 유세하듯 ‘FTA 홍보’
입력 2011-10-16 22:34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함께 방문한 디트로이트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은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의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디트로이트는 미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고 자동차 노조는 오바마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워싱턴에서 사흘간 극진하게 국빈 환대를 받은 이 대통령이 이번엔 디트로이트에서 오바마의 선거운동에 ‘동원’된 모양새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GM 공장 직원들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설명하며 “이 대통령과 어제 (우래옥) 만찬에서 미국과 한국의 기본적인 무역 균형이 이뤄졌음을 얘기했다. (한국이) 우리에게 파는 만큼 (우리 제품을) 사가는 게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이 현대·기아차를 살 수 있다면 한국인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포드, 크라이슬러, 쉐보레 차를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 한·미 FTA로 그 여건이 갖춰졌음을 부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목을 강조하기 위해 옆에 있던 이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이 비록 현대맨(a Hyundai guy)이지만, 내가 이렇게 말하는 데 이의가 없음을 나는 안다”고 했다.
미 자동차 노조는 한·미 FTA에 반대하다 2009년 재협상에서 미국 차의 한국 수출 비관세 장벽이 사라지고 미국의 한국 차 수입관세 철폐가 늦춰지자 지지로 돌아섰다. 이 행사는 재협상을 주도한 오바마 대통령이 성과물을 들고 지지자들을 찾아간 자리였다.
AFP통신은 ‘이 대통령, GM 공장에서 오바마 선거유세에 나서다(S. Korea’s Lee stumps for Obama at GM plant)’란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AFP는 “이 대통령이 ‘활기차게 돌아가는 이 공장을 보고 오바마 대통령이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며 망해가던 공장을 되살린 오바마의 조치를 칭찬했다”고 전했다. 직원 1700명의 이 공장은 2009년 폐쇄 위기에서 오바마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되살아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이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GM 공장까지 타고 가게 자신의 헬기(머린 원·Marine One)를 제공했다. 이 대통령은 미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모자를 쓰고 공장 직원들 앞에 섰다.
이 대통령의 방미 마지막 일정은 15일 시카고 동포간담회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워싱턴에서 반대하는 의원이 있어도 한국 대통령이 와 있는 기간에 FTA를 통과시키자고 해 감동받았다”면서 “그렇게 단숨에 빨리 될지 몰랐는데 백악관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상·하원에서 연설할 때 많은 분이 존경을 표시했는데 이는 나 개인한테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한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후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5부 요인과 여야 대표인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디트로이트·시카고=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