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MB 내곡동 사저 “원점서 재검토” 외치는 까닭은…

입력 2011-10-16 18:13

여권 수뇌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까닭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계속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16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깨끗하게 정리할 것’ ‘재검토할 것’ ‘다시는 실수가 없게 할 것’ 등의 매우 강한 어조로 사저 문제를 조기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집권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 문제를 갖고 이 정도로 강한 톤으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17일 이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된 상황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홍 대표의 발언이 청와대 측과 사전조율이 끝난 뒤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여당이 조바심을 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다음 주에 있을 재보선에 미치는 파장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오차 범위의 박빙 승부세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사저 문제가 최대 악재가 되고 있어 어떻게든 파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사저 문제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사태가 계속 더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여의도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사저와 관련해 제2차, 3차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언제든 ‘내곡동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가 알기로는 대통령실 경호처가 직접 구입한 것도 아니고 어떤 개인을 내세워 몰래 구입했다”며 “정부 돈을 그렇게 집행한 사례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총리는 또 “아들을 내세운 것도 대통령 스스로 실명제를 위반한 것이고 심지어 돈의 출처도 의심받고 있다”며 “6억원을 언제, 누구한테서 어떻게 빌렸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 영수증 없이 처리할 수 있는 특정업무비로 아들 명의로 땅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풀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커질 조짐이 일자 여당 일각에서는 ‘원점 재검토’는 물론,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을 추진한 청와대 인사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여당이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내년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손병호 유성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