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릿수 시청률에도 밴드 음악 빛났다… 오디션 프로 ‘톱밴드’ 종영 ‘톡식’ 우승

입력 2011-10-16 18:04


KBS 2TV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가 15일 결승전을 끝으로 5개월여간의 여정을 끝냈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악전고투했지만, ‘톱밴드’는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실력파 밴드들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4일 첫 방송된 ‘톱밴드’는 최고 시청률이 5.4%(7월 2일 방송분)에 그쳤을 정도로 그동안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 했다. 특히 방송 초반엔 밋밋한 진행으로 따분하다는 혹평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음악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게이트 플라워스, 2008년 아시아 최대 규모 아마추어 밴드 경연대회인 ‘아시안 비트’에서 우승한 브로큰 발렌타인 등 실력파 밴드들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이다. 2인조 밴드 톡식, 고교생 밴드 WMA 등 자신 만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는 밴드들에겐 격찬이 이어졌다. 이들 밴드가 방송 외에 서울 홍대입구 공연장에서 무대를 올릴 때면 매진 사례가 빚어졌다.

이 밖에도 국내 최고 베이시스트로 평가받는 송홍섭을 비롯해 기타리스트 김도균·신대철, 드러머 남궁연 등 화려한 이력의 뮤지션들이 코치나 심사위원으로 나선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톱밴드’가 거둔 성과는 가창력만이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킨 점을 들 수 있다. 매주 경연이 끝나면 심사는 각 팀이 얼마나 자신만의 색깔로 곡을 해석해냈는지, 밴드의 앙상블은 어땠는지에 맞춰졌다. ‘슈퍼스타K’(Mnet)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MBC) 등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김광필 EP는 “방송을 만들면서 뮤지션들이 얼마나 이런 프로그램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게 됐다”며 “국내 훌륭한 밴드들을 알리자고 생각했는데, 이런 취지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제작진은 내년 상반기 ‘톱밴드’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12월 10∼11일에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8강 진출팀 전원과 코치진이 함께하는 ‘톱밴드 콘서트’를 연다. 내년 초엔 일본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톱밴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톡식’은 우승 직후 대기실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기뻐했다. ‘톡식’은 이날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자작곡 ‘잠시라도 그대’를 연주해 2인조 밴드 포를 꺾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팀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는 김정우는 “저희 음악을 이렇게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며 “우승을 생각하지는 않았고, 매 무대마다 좋은 공연을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