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권위주의·물신주의 날카로운 풍자 긴 여운을 남기다…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상병 환자’
입력 2011-10-16 22:57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극장, 순식간에 왔다 간 프랑스의 ‘코메디 프랑세즈(Comedie Francaise)’가 남긴 여운이 아직 짙다.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해외초청작으로 14~16일 방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상병 환자’ 이야기다.
17세기에 완성된 몰리에르의 희곡 ‘상상병 환자’는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고 믿고 있는 주인공 ‘아르강’을 통해 17세기 프랑스 사회의 허세와 의사들의 권위주의, 물신주의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주치의는 아르강의 병이 단지 상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긁어내기 위해 그가 큰 병에 걸린 것처럼 행동한다. 학설과 권위에만 의존한 의사에 대한 현란한 풍자는 21세기에 이르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듯하다. 관객들은 프랑스 배우들의 열연에 웃음을 아끼지 않았고, 유머와 농담은 인간의 이기주의를 가차없이 까발렸다.
배우들의 발성은 20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채우고도 남았다. 300년이 넘은 원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세련됨은 서구의 연극 전통을 한눈에 드러나게 했다. 오랜 세월 다듬어졌을 연기와 무대, 자연스러운 조명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코메디 프랑세즈의 한국 방문은 1988년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을 들고 찾아온 뒤 23년 만에 처음. 이번 공연에서 하녀 역할을 맡은 배우 뮤리옐 마예뜨는 코미디 프랑세즈의 극장장이기도 한데, 1988년 코메디 프랑세즈의 지난 방한 당시 신입 단원이었던 인연도 갖고 있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