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대비는 뒷전, 배당에 혈안인 금융권

입력 2011-10-16 17:40

금융업체들의 고배당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국이 이번에는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업종별·업체별 배당률까지 정하지는 않겠지만 대손충당금이나 이익잉여금을 내부유보금으로 많이 축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은 관치 논란을 부르고 있다. 배당을 어느 정도 할 것인가는 해당 민간기업 경영진에서 판단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일이지 당국이 개입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배당은 투자금에 대한 보답으로 경제논리상 당연하며, 적정한 배당은 주가를 올려 증권시장에서 저렴하고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최근 금융업체들의 배당성향은 과하다. 2006년 이후 5년간 4대 금융지주사는 순이익의 17.5%인 3조8000억원을 배당했다. 5대 증권사의 5년간 배당금은 순이익의 32.4%인 1조8000억원이나 된다. 일부 증권사는 그 비율이 70%를 넘는다.

금융업체의 지나친 고배당은 산업 사이 위화감을 조성하며 수익의 원천인 금융고객의 불만을 초래한다. 금융 종사자의 거액 보수 문제와 맞물려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불만을 부추긴다. 이른바 외국인투자자들의 ‘먹튀’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과거 우리 금융업체들의 배당은 매우 낮았지만 금융자유화가 진전되면서 외국인주주의 배당압력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업체들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은행권 87조, 증권·투신사 22조 등 막대한 국민 혈세를 지원받았다. 일반 기업과 달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공공성이 있어 마구 파산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도산 지경에 몰린 금융업체의 운명을 시장논리에만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수익금의 용처만 전적으로 금융업체 자율에 맡기자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금융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위기 대비는 뒷전이고 이익 나눠먹기에만 열을 올린다면 금융당국에서 최소한의 건전성 장치는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 지금은 유로존 위기와 세계경기 하락으로 금융업체의 철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