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국가적 기억상실증’에서 벗어나라

입력 2011-10-16 17:38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세균전 실태를 고스란히 기록한 극비문서가 발견됐다. 도쿄신문이 일본 시민단체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일본 교토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관에서 발굴된 이 자료에는 731부대가 1940∼42년 중국 지린성 등지에서 6차례 세균전을 전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해 2만5946명의 1·2차 감염 피해자를 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패전 후 줄곧 731부대의 만행을 부인해온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일거에 뒤집어엎는 중대 발견이다. 이제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이란 결코 덮을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과거의 잘못을 시인해야 옳다.

731부대는 ‘마루타(통나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마루타’는 731부대가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은 중국 조선 러시아인 등을 인간이 아니라 그저 통나무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뜻으로 부른 말이다. 731부대는 1940년 이후 45년까지 최소한 3000명의 마루타를 대상으로 해부실험, 세균실험, 냉동실험 등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다. 아울러 중국 추산에 따르면 중국 각지에서 세균전을 벌여 30만명의 양민을 학살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및 생체실험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만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만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총리가 폴란드의 유대인 게토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가 하면 베를린에 유대인 추모공원을 만드는 등 철저하게 역사적 과오를 시인하고 반성해온 독일과는 딴판이다. 국가 차원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의 국가적 기억상실증이 기억 상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병증으로까지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이제 731부대의 만행을 증언하는 극비 기록이 나온 만큼 일본 정부는 기억상실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에 저지른 잘못을 기억하고 사죄해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