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네거티브 캠페인
입력 2011-10-16 17:34
세상의 모든 선거에서 네거티브 캠페인만큼 자주 등장하는 메뉴는 없는 듯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박정희 후보로부터 ‘불온한 좌파’라고 공격당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던 그는 87년과 92년 대선에서도 이 꼬리표를 극복하지 못했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으로 정책 검증 한번 제대로 못 받고 낙마했다.
88년 미국 대선은 아마도 가장 극심했던 ‘인신공격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사형제도 폐지론자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아버지 부시’ 조지 H 부시 공화당 후보로부터 황당한 공격을 받고 그대로 무너졌다. 부시는 후보 간 질의 시간에 “불한당 하나가 당신 아내를 강간하고 살해했다 치자. 그래도 당신, 사형 안 된다고 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듀카키스는 얼굴이 붉어진 채 “뭐 물론…”이란 말만 웅얼거렸다. 대선의 향배는 그날부터 박빙에서 부시 압승 모양새로 바뀌었다. 72년 미국 대선에선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베트남전 반대론자였던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를 “탈영병을 애국자라고 하는 비이성적인 극좌파”라고 몰아붙여 선거에서 압승했다.
‘반복 효과’라는 광고 이론이 있다. 똑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은 그 말의 진위 여부를 가리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첫 번째 원칙이 바로 ‘반복’이다. 급박한 선거 국면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반복해서 꼬집으면 유권자들이 그 후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될 것이란 기대다.
그래서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최고의 방어는 또 다른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공격하는 쪽에 대해 “그게 아니다”고 설명하는 게 변명처럼 들리니 차라리 “저 사람은 더 문제투성이”라고 반격하는 게 효과가 있다는 게다.
당초 정당정치 ‘철옹성’ 대 시민운동 ‘바람’으로 요약됐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가 어느새 인신공격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측이 연일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흠결을 끄집어내자 박 후보 측도 본격적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서다.
후보자의 학력·경력부터 재산, 심지어 한 후보 소유 건물에 세 들었던 세입자 직업까지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왔다. 호기심은 나는데 선뜻 믿기 꺼려지는 이 풍문들이 이번 선거에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