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금호미술관 김지원 ‘이륙하다’] 활주로·스프링클러에 담긴 ‘인간의 욕망’
입력 2011-10-16 18:09
맨드라미를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진 김지원(5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여행 도중 만난 대상을 소재로 삼는다. 맨드라미가 강원도 어느 시골 학교 화단에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뭔가 느낌이 와 직접 키우면서 화폭에 옮겼다. 줄기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하고 닭 벼슬 같기도 한 맨드라미의 이중성을 통해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의 작업은 맨드라미에 국한되지 않고 항공모함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한·미 연합 군사작전 등이 열리면 등장하는 항공모함은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이 인간의 탐욕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역시 화폭에 옮긴다. 맨드라미나 항공모함 작업을 독립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항공모함 위에 맨드라미 밭을 두는 등 두 가지 소재를 작품 하나에 나란히 그리기도 한다.
경기도 광릉수목원 근처 작업실에서 지독하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이번에는 활주로와 스프링클러에 관심을 두었다. 공항 터미널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텅 빈 활주로는 작가에게 진공상태의 공간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미국 사막에서 끊임없이 물을 뿜는 스프링클러는 맨드라미처럼 강력한 생명력이나 욕망을 가진 듯 보여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소재는 다르지만 ‘욕망’이라는 주제가 동일한 일련의 작품들을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 펼쳐 보인다. 전시 타이틀은 활주로를 그린 작품 제목과 같은 ‘이륙하다(Take off)’. 4가지 시리즈를 한꺼번에 선보이는 작가는 “각각의 시리즈는 내 안에 있는 놀이터와 같다.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따로 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림(회화)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02-720-5114).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