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 삼성전자 소송 기각 파장…프랑스, 이탈리아 등 잇단 소송도 먹구름

입력 2011-10-15 00:35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이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앞으로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애플은 디자인 및 사용자환경(UI)과 관련된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를 압박해 왔고, 삼성전자는 통신 기술 관련 특허로 반격했다. 하지만 헤이그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향후 삼성전자가 각국에서 제기한 특허 소송이 불리해질 수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통신특허를 인정하면서도 ‘프랜드(FRAND)’ 조항을 적용해 일단 제품을 만들고 나중에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주장을 펴왔다. 문제는 삼성의 3G 통신기술 특허가 대부분 표준특허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 소송에서도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신청해놓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주요 국가의 소송을 통해 거액의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만할 특허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면서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한국·미국·일본·호주·독일·네덜란드·프랑스·이탈리아·영국·스페인 등 10개국에서 30여건의 국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삼성전자에 불리한 결론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8월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 10.1 유럽 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도 애플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10건 중 1건만 인정했지만 갤럭시S 등이 판매 금지 결정을 받았다. 호주 법원도 지난 13일 갤럭시탭 10.1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향후 소송의 판세를 가를 분수령으로는 미국 새너제이 법원과 독일 만하인 법원이 꼽힌다. 새너제이 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과 스마트폰(갤럭시S 4G·인퓨즈 4G·드로이드차지)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일단 판단 유보를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법원이 애플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 제품을 팔 수 없다.

독일 만하임 법원의 소송은 본안 중 가장 먼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만하임 법원에 통신 특허 침해 혐의로 애플을 제소했다. 삼성전자가 스페인의 유럽상표디자인청(OHIM)에 청구한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 무효 심판도 결과가 주목된다. 애플은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OHIM에 등록했고 이를 근거로 지난 8월 독일에서 갤럭시탭의 판매 금지 결정을 받았다. OHIM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유럽 지역에서 애플이 제기한 소송이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