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MB, 의회연설과 국빈만찬·디트로이트 방문까지
입력 2011-10-15 02:04
13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 행사는 오후 7시7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가영빈관 정문 앞에 나오면서 시작됐다. 곧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기념촬영을 한 뒤 두 부부는 3층 비공식 접견장으로 옮겼다. 20분 뒤 다시 2층 리셉션 장소로 이동할 때는 ‘아리랑’이 연주됐다. 오후 8시19분 ‘블루룸’에서 시작된 만찬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정(情)’을 얘기했다.
◇국빈만찬=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오늘 정상회담 오찬 의회연설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대통령) 별명이 불도저인 데는 이유가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과 나는 운이 좋아서 배우자를 아주 잘 만났다. 이 대통령님, 이럴 때 미국에선 아내 덕에 신분상승을 했다고 한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미국에선 정을 한국 교포사회에서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론 하와이에서 정을 경험했다”며 한·미 동맹의 핵심을 정이라 표현했고, 한국어로 말한 ‘정’은 만찬장에서 별다른 통역 없이 통용됐다. 이 대통령도 답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동양적인 좋은 정을 함께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 얘기를 많이 해서 한국 교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아주 좋아한다”고 전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겸손해 보이고 속은 매우 강하다.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두 정상 내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한국계 배우 존 조와 로버트 킹 미국자동차노조 위원장 등이 앉았다.
◇상·하원 연설=이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약 45분간 45차례 박수를 받으며 예정했던 30여분을 훌쩍 넘겼다.
회의장에 들어서서 단상에 오르기까지 약 3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퇴장 때는 악수하며 지나가는 이 대통령에게 의원들이 연설문 원고 위에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연설 중 기립박수는 북한의 핵 포기를 강조할 때와 참석한 의원 중 한국전 참전용사인 존 코니어스, 찰스 랭글,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을 거명하며 감사를 전할 때 등 3차례였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차녀 승연 씨와 함께 귀빈석에서 연설 모습을 지켜봤다. 승연씨는 미국 측의 가족 초청 형식으로 동행해 국빈만찬에도 참석했고,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주최한 오찬에선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방문=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한 마지막 일정은 1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방문이다. 워싱턴에서 사흘간 FTA 비준을 자축한 뒤 석별의 장소로 자동차산업 본고장의 GM 부품공장을 택했고, 두 정상은 직원들 앞에 나란히 서서 FTA 효과를 설명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자동차노조는 한·미 FTA에 반대하다 재협상에서 관세 철폐시기가 늦춰지자 지지로 돌아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동차노조를 의식해 “아주 결함이 많은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재협상을 추진하며 자동차 부문의 개정을 밀어붙였다. 이제 자동차 노조의 반감이 상당히 상쇄된 그 성과물을 들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지지자들을 찾아간 것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GM 공장에 이어 디트로이트의 현대모비스 공장도 방문했다.
워싱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