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에 무슨일이… 귀화여성 사우나 문전박대 ‘파문’
입력 2011-10-14 18:56
부산의 한 사우나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부산시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역의 특수성에 기인한 극소수의 편견이 마치 부산 지역 전체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사우나가 위치한 곳은 부산역 인근 초량동. 부산의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지다. 대한제국 시절 청나라 상인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광복 후에는 미군을 위한 유흥가로 변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서울 미아리 집창촌의 명칭과 같은 ‘텍사스’ 거리로 불린다. 최근에는 부산항을 찾은 외국인 선원들이 낮에 쇼핑을 하고 밤에는 유흥을 즐기는 곳으로 바뀌었다.
부산시는 1995년 이후 이 일대에 외국인 거리와 차이나타운 등을 조성하고 외국인들의 건전한 관광과 문화생활을 유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여성들이 선원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는 등 향락과 퇴폐가 여전한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초량동에 위치한 목욕시설은 크고 작은 목욕탕 2곳과 사우나 5곳. 그 가운데 일부 목욕탕과 사우나에서 외국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14일 “부산에는 4만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연간 200여만명의 관광객이 해운대와 동래 등을 찾아 온천과 사우나를 한국인과 함께 즐기고 있다”며 “단지 극소수 주민들이 단순한 외국인이 아닌 윤락여성들과 함께 목욕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 출신 귀화 여성 구수진(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30)씨는 지난달 25일 초량동의 B사우나를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씨는 자신이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임을 밝혔지만 주인 정모(60)씨가 “외국인이라 에이즈에 걸렸을 수 있다. 한국 손님들은 사우나에 외국인이 오는 걸 싫어한다”며 입장을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