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수수료 내린만큼 서비스 축소 가능성

입력 2011-10-14 21:28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하 방침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反) 금융권 정서에 대한 항복으로 해석된다. 성난 여론에 힘입어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강도 높은 요구를 계속, “(수수료율을) 이미 내릴 만큼 내렸다”는 카드사들의 주장은 전혀 용인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단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수료율 감소 대책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해 제도 개선이 설익은 수준으로 진행될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성난 여론에 자율적 인하=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14일 “소나기가 내릴 때는 피하는 게 맞다”며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되겠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실 보전에 대한 토론이나 대책 없이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만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토로다.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눈치 보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일부 카드사들은 18일 외식업 경영인 집회 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굳혀지면 따라간다는 입장이어서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은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중소 가맹점들이 요구한 1.5% 수준까지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침체 상황까지 감안하면 평균 1% 후반에서 2% 미만 정도의 수수료율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카드업계 관계자는 “1.5%까지 낮추면 카드업계 전체의 손실이 너무 크다”며 “2%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수수료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손실 보전 해법에 골몰=카드업계는 우선 포인트 적립이나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 감소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수수료율 감소를 직접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고육지책으로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수수료율 인하폭만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회복을 위한 사업 영역 확대 요구도 예상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판매와 대출 비중이 과거 80대 20에서 현재는 65대 35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결국 신용카드 수익이 줄면 리스크가 높은 대출 사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보험이나 온라인 쇼핑몰 쪽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워낙 경쟁이 심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업계의 마케팅 비용 감소가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카드사들의 영업 분야 확대 경쟁이 과열될 경우 카드업계 전반에 부실이 쌓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정협의 등을 통해 이번 기회에 수수료율 체제를 완전히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