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찰 수사개시보고서 의무화”… 수사권 갈등 ‘점입가경’

입력 2011-10-14 18:34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시행령 제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검찰이 경찰의 내사 범위를 축소한 초안을 먼저 제출하자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 예외를 신설한 초안으로 맞불을 놓았다.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장외 감정싸움으로 번질 태세다.

두 기관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취지인 수사기관의 책임감 제고, 인권침해의 최소화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소남(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제3항의 수사지휘에 관한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때 수사개시보고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이 초안은 수사개시보고서 작성 전이라도 체포영장·압수수색 영장이나 허가서 신청, 현행법 긴급체포, 사건 관계인 조사, 공공기관·공사단체에 필요한 사항 조회 등을 하면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보고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경찰이 사실상 수사 활동을 개시하고도 자체 판단에 따라 내사종결하면 관련 기록을 검찰에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법무부 초안에 대해 “개정 형소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위헌·위법 소지가 농후하며 정부 합의의 기본 정신도 배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이 지난 13일 총리실에 제출한 초안은 경찰의 기소·불기소 등 사건 송치 의견에 대해 검사가 지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 중단이나 검찰 송치를 명령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가 가능한 경우를 각종 영장·허가서 신청 시, 종결된 사건을 재수사하거나 사건 송치 후 보완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진정이 검사에게 접수된 경우 등으로 제한했다.

검찰의 수사지휘 시기에 대해서는 범죄인지서 작성이나 입건 이후로 잡아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지휘를 받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전·현직 검사나 검찰청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에 관해선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다.

초안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전화로 해서는 안 되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등 서면으로 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경찰은 검사에 대한 경찰의 명령·복종 의무가 형소법 개정안에서 삭제된 만큼 검찰이 경찰을 동등한 수사 주체로서 지휘해야 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

김재중 천지우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