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보다 ‘원칙’… 北 강하게 압박

입력 2011-10-14 18:33

이명박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 포기를 말하자 의석에선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의 대북 발언 수위는 강경했고, 보조를 맞추듯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억압정권의 몰락”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이 유용하고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철저하게 현실적인 인식 위에 원칙에 입각한 일관된 대북 접근만이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발전은 한·미가 모두 바라는 바이지만, 이는 평화를 유지하고 도발하지 않겠다는 북한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6자회담 등 대화보다 ‘원칙’에 훨씬 무게를 둔 발언이다. ‘도발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강조하며 천안함·연평도 사과라는 대화의 전제조건을 양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교체가 대북 기조에 미칠 영향을 궁금해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통령이 안 바뀌었는데 장관 바뀐다고 기조가 달라지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아프리카 민주화와 같은 일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리라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봐온 건 인간 정신이 결국 억압정권을 물리친다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싶어 한다. 북한 주민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성공을 본다면 시장경제와 민주화, 자유가 후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계속 한·미 양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direct threat)이 되고 있다. 우리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완벽하게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은 보상이 아니라 더 강력한 제재와 고립을 초래할 것이다. 북한이 선택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워싱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