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례는?” 유로존 신용하락 공포

입력 2011-10-14 21:33


유럽 부실 국가 및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짙어지면서 미국 은행들도 강등 위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도미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페인도 빨간 불=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3일(현지시간)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S&P는 스페인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낮은데다, 은행들의 유동성 위험이 커진 점이 등급 강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스페인 정부가 세워놓은 공공부채율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공공부채율 목표는 국내총생산(GDP)의 6%다.

경제지표 성적도 나쁘다. 실업률은 지난 8월 2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잡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9%로 전망했다.

다른 신용평가사가 내다보는 스페인 전망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피치는 이미 지난 8일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시켜 네 번째 그룹에 포함시켰다. 무디스는 아직 스페인에 대해 S&P와 피치보다 한 단계 높은 ‘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조만간 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탈리아도 최근 3대 신용평가사에 모두 강등 처분을 당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규모 공공부채와 낮은 성장률, 정치적 복잡성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무디스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 투자부적격 등급을 내렸다. 프랑스 독일 등도 신용 강등 위협에 시달리긴 매한가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현재 IMF 기금 규모는 3900억 달러로 부채 위기에 시달리는 국가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유로존 국가들은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계속되는 신용 등급 강등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대형 은행도 부정적=그리스 채권 손실 위협에 시달리는 유럽 대형은행들도 줄줄이 강등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치는 이날 UBS뿐 아니라 란데스방크베를린 등 독일 은행 2곳의 신용등급도 강등했다. 앞서는 영국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로이드뱅킹 그룹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와 한 단계씩 강등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미국 대형 은행도 피치의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됐다. 피치는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리스크가 2008년 위기 때 세계 금융계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유사하다”면서 “최근 금융계 역사는 대형 은행도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