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에… ‘高물가 低성장’ 늪 빠지나
입력 2011-10-14 18:25
잠시 주춤했던 물가가 환율 변수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또 실물경제는 미국·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둔화세가 뚜렷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물가 속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국내 경제를 뒤덮을 기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입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0%, 전달보다는 3.7% 각각 올랐다고 14일 밝혔다. 전월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전년 동월 대비는 4월(19.0%)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현상은 환율 급등이 주 원인으로 분석됐다. 두바이유는 8월 평균 배럴당 105.19달러에서 지난달 106.09달러로 소폭 오른 반면 원·달러 환율은 8월 1073.17원에서 지난달 1118.61원으로 4.1% 뛰었다. 수입물가는 통상 2∼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8월 5.3%로 정점을 찍고 내려왔던 소비자물가가 연말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는 반대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전 분기보다 18.2포인트 하락한 89.8로 2009년 1분기(66.1)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EBSI가 100 이하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유럽·미국발 재정위기로 세계 수요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중심인 국내 경기가 하방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하나금융연구소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3.7%로 낮췄다. 내년에도 3.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선임연구위원은 “성장동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가 구조적인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