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IMF 출자금 확대 논의… 돈 더내고 투표권 지분 늘려달라 요구 가능성

입력 2011-10-14 21:31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출자를 늘리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브릭스 국가들이 돈을 더 내는 대가로 IMF에서 투표권 지분을 늘려 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유럽과 브릭스 국가, 미국 사이에 복잡한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브릭스 돈 절실=브릭스를 포함한 이머징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유럽 내에서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최근 논의는 다음 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용이다. G20 정상이 세계 경제에 희망을 줄 결과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브릭스의 IMF 출자 확대가 논의되는 것이다. IMF에 돈이 많아지면 유로존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로존은 이 구상이 실현되길 절실히 바라고 있다. 유럽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힘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바주카포가 필요하다”면서 막대한 재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돈이 나올 곳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나라밖에 없다.

◇“IMF 투표권 지분 변화는 안돼”=브릭스 국가들은 출자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FT는 전했다. 지난달 IMF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린 나라는 브라질이다. 하지만 이 나라들이 ‘공짜’로 돈을 더 낼 리는 만무하다. IMF에서 투표권 지분 확대를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G20의 한 관계자는 “IMF 자본재구성으로 현재 투표권 지분 구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현재 IMF의 투표 지분율은 미국이 16.76%로 가장 높고, 일본 6.24%, 독일 5.81%, 프랑스·영국 각 4.29% 등이다. 중국은 3.81%, 러시아는 2.39%다.

◇미국은 IMF 몸집 불리기 반대=미국은 IMF의 몸집 불리기를 반대하고 있다. 유럽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위기를 해결하라는 게 미국의 처방이다. IMF에서 투표 지분을 조금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 게 미국의 속내다.

IMF와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해 공식 언급을 피했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럽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며 IMF 대출을 통한 유럽 채무위기 해결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지난달 무역활동이 최근 7개월간 가장 둔화됐다. 이머징 국가들이 유럽 침체에 따른 긴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브릭스가 유럽 돕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