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재 사우디 대사 암살시도 진위 논란… 오바마 “이란 개입 팩트있다”

입력 2011-10-14 18:08

이란 정부가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 정부 발표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이 개입한 팩트(사실)가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대사 암살 시도가 확실한 것이냐는 미 언론의 물음에 “증거가 확실하다. 이란에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일일이 증거를 내놓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는 암살 음모를 꾸민 이란계 미국인이 이란 정부 인사들과 연계돼 있고, 그들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 일부 관계자는 “이란 최고위 정부 인사들이 작전에 관여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렇지만 평범한 중고차 판매상이 이란 특수부대 쿠드스의 지시를 받고 멕시코 마약조직을 고용해 미 본토에서 외국 대사를 살해하려 했다는 계획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CNN방송은 쿠드스가 이런 식의 공격을 한 적이 없다는 점, 이란이 결국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암살 음모에 의심을 나타냈다.

미국은 강력한 이란 제재를 선언했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두 나라는 교역하지 않고 있어 경제적 제재는 어렵다. 러시아, 중국을 설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제재에 나서게 하는 게 이상적이나 두 나라가 미국의 뜻에 따를 가능성은 낮다. 석유 등 분야에서 이란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육지책으로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상원에서 이런 입장을 밝히고 “이란은 유례없는 수준의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은행 제재는 이곳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또 다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