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당당히 맞선 美 흑인 가정부들… 11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헬프’
입력 2011-10-14 17:47
미국 대통령은 흑인인 버락 오바마다. 하지만 미국에서 흑인이 정치·사회적으로 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50년 전만 해도 흑백 분리정책이 시행돼 흑인은 멸시와 착취의 대상이었다. 백인과는 공공장소에서 섞여 있을 수 없었고 버스에서 같은 자리에 앉거나 화장실도 함께 쓸 수 없었다. 직업도 백인 시중을 드는 가정부 등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영화 ‘헬프’(원제:The Help)는 인종차별에 맞서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선 흑인 가정부들과 백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2009년 출간 이후 아마존과 뉴욕타임즈에서 100주 이상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 잭슨이란 마을이 배경이다.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 신문사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 스키터(엠마 스톤)는 작가를 꿈꾸는 진취적 여성이다. 신문사에서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그는 친구 집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이블린은 흑인의 비애를 고스란히 간직한 인물. 할머니, 어머니처럼 자신도 ‘당연하게’ 가정부가 돼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키웠지만 정작 자신은 얼마 전 사고를 당한 아들을 백인들의 치료 외면으로 떠나보낸 상처를 안고 있다.
흑인들의 진짜 삶에 관심을 갖게 된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책을 써보겠다며 에이블린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머뭇거리던 에이블린은 진심으로 다가오는 스키터에게 결국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여기에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쫓겨난, 톡톡 튀는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가세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른 가정부들도 인터뷰에 합류한다. 흑인 가정부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힘입어 세상에 나온 책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
흑인에 대한 어이없는 차별들이 수시로 벌어지지만 영화 분위기는 결코 무겁지 않다. 흑인 가정부는 멸시하면서도 아프리카 돕기 자선바자회를 여는 상류층 백인 여성들의 위선이 풍자적으로 그려지는 등 유머와 위트로 덧입혀진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선사한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엠마 스톤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바이올라 데이비스, ‘할리우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배우 25인’에 선정된 옥타비아 스펜서 등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실제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나고 자란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조해낸 1960년대 당시 미국 남부의 풍경과 생활상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상영시간 137분, 전체 관람가로 국내에서는 11월 3일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 8월 미국 현지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등을 누르고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