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美동맹 새 지평 연 두 정상

입력 2011-10-14 17:29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 성과 가운데 한·미동맹을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 점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동맹을 기존의 군사·안보 분야에서 경제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한·미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동맹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빈곤문제 등 국제사회의 당면 현안 해결에 양국이 ‘파트너’로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해 말 그대로 ‘다원적 동맹’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6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미동맹은 가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 정부에서 이룩한 양국관계 발전은 괄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지시를 보낸 점도 평가할 만하다. 두 정상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능력을 보강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할 것을 다짐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을 즉각 중지하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이다. 미군 수뇌부가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내 전시상황실인 ‘탱크룸’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반도 정세를 브리핑한 것도 양국의 빈틈없는 대북 공조를 상징한다.

두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도 돈독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state visit)을 수용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싶다며 워싱턴 외곽의 한식당에서 사적(私的) 만찬을 가졌고, 공식 환영식에서는 한국말로 “환영합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뉴욕타임스에 “대통령끼리의 사랑의 열병”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다.

두 정상이 밀월관계를 과시한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무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이 필수적이라는 이 대통령 판단과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한국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방미가 실질적인 국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