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등대박물관
입력 2011-10-14 17:51
경북 포항에 가면 등대박물관이 있다. 한국 등대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곳을 돌아보면서 ‘한국교회가 등대박물관과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과거 한국교회가 얼마나 민족 역사에서 빛이 되었고 소금이었는지 반복해서 말해 왔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민주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는 민족을 대변했고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은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마치 박물관의 등대처럼 자랑스럽긴 하지만 지금 빛을 발하고 있지는 않다. 존재 자체만으로 오늘의 교회가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신학자 에밀 부룬너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처럼 교회도 지금 선교하고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물관의 등대를 자랑할 게 아니라 지금 불 밝힌 등대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림 속 불꽃이 아니라 지금 타오르고 있는 불꽃인지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회는 과거의 영화로움과 선조들의 업적만 자랑하는 박물관이 결코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교회 자체도 박물관이 될 수 있다.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