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극단행동의 배후엔 폐쇄성이… 그렇다면 해법은?

입력 2011-10-14 17:34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 캐스 R 선스타인 / 프리뷰

20세기 초 독일 파시즘과 1990년대 이슬람 극단주의, 94년 르완다의 인종청소,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자행된 미군의 잔학행위, 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

서로 다른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벌어진 제각각의 사건들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꿰어 이해하는 건 위험하다. 역사적 맥락이 다르고, 원인과 결과가 다르며, 사건 규모도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도를 멈출 수 없는 건 일반법칙을 찾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캐스 R 선스타인(사진)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도 그런 원론적 위험과 매력을 함께 가진 책이다.

인간은 개인이라면 할 수 없는 비이성적 행동을 집단적으로 할 때가 있다. 저자의 질문은 거기서 시작된다. 혼자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 왜 함께 했을 때는 가능해지는가. 저자는 이를 집단극단화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외부와 격리된 채 의견을 나누면 더 극단적인 입장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종교집단, 기업, 정부, 사법부, 노동조합, 시위대, 배심원 등을 가리지 않고 발견된다. 무작위로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토론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목격된다. 폐쇄성이 극단적 사고와 행동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인터넷을 극단주의의 산실로 지목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토론방을 선택하고, 다른 의견에 귀를 닫으면서 인터넷 토론방 내 동질감은 증폭된다.

결국 집단 내에서 온건파는 밀려나거나 변심하고, 극단적 주장만 남게 된다. 최근 금융위기나 주가 폭등, 폭락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투기적 행동도 집단의 극단화가 빚은 결과다.

극단주의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은 김빠질 만큼 고전적인 것이다. 저자는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로 무장한 민주적인 문화”가 극단화를 막는다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계승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이 모범답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의견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개방적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힘을 쥔 다수가 엇나가는 소리를 하는 소수를 참지 못할 때 집단적 극단화는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세상의 다양성을 내 주위에 구현해볼 수 있다. 이정인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