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박원순 세번째 TV토론 공방…토론 시작되자마자 서로 격한 대립

입력 2011-10-14 01:01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13일 MBC 토론회에 참석,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느 공직 후보보다 ‘냉정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두 사람은 “왜 내 말을 자르냐” “내 말 좀 들어보고 얘기하라” “왜 질문과 다른 얘기를 하느냐”고 따지며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토론이 시작하자마자 나 후보가 먼저 직격탄을 날렸다. 나 후보는 “왜 정강정책이 제각각인 야당들이 같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따졌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려 하자 재차 같은 질문을 하는 등 집요함을 보였다. 이에 박 후보는 “적어도 숱한 실정을 초래해 온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서울시정을 책임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 10년 시정을 두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높아졌다는데 왜 이렇게 시민들의 걱정은 많아졌느냐”며 “한나라당과 오세훈 전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그런 질문을 듣다 보면 마치 제가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및 오세훈 전 시장과 토론회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나는 약자를 기준으로 생활특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왜 나한테 심판론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최근 몇 년간 학력위조 사건으로 문제가 된 적이 많았다”며 “박 후보가 서울대 법대 경력을 들이댄 것은 학력 위조가 아니냐”고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박 후보는 “서울대 입학 후 4개월 만에 제적됐고 몇 년 뒤 서울대 복학 통지서가 왔다”며 “그 당시 복학했다면 당연히 법대로 복학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도 반격에 나서 “서울시민은 새로운 시장을 원하는데 나 후보가 오 전 시장과 차별화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고, 나 후보는 “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검증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총출동하고, 청와대 대통령실장까지 나서서 나를 비난하더라”며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문제 삼는 게 여당의 현 주소냐”고 따졌다. 그러나 나 후보는 “문제가 있는 걸 짚고 넘어가는 것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정책 문제와 관련해 박 후보는 “질 높은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나 후보는 “예측 가능한 기대와 시정을 펼쳐야 서울의 살림이 잘 된다”고 응대했다.

두 사람은 사회자가 애창곡을 불러달라고 하자 나 후보는 ‘서울의 찬가’를, 박 후보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