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통해 군사동맹→경제동맹 새 이정표 세웠다”…정상회담 결과 ‘언론발표문’ 공개 의미
입력 2011-10-14 01:18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결과는 ‘공동성명’ 대신 ‘언론발표문’으로 공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성명까지 낼 필요를 전혀 못 느꼈다”고 했다. 2009년 ‘한·미 동맹 미래비전’까지 발표한 데다 거의 모든 현안에 입장이 같아 새롭게 조율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동맹’이 됐음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경제동맹=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 공동기자회견에서 “동맹의 새로운 이정표”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등의 표현으로 양국 동맹관계가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했다. 1953년부터 이어져 온 군사동맹이 FTA 덕에 경제동맹으로 확대돼 ‘한·미 동맹 2.0’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발표문 곳곳에 이를 부각시키는 내용이 담겼고, 통화 스와프에 사실상 합의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과 300억 달러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300억 달러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갖는 셈인 이 조치로 당시 외환시장에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양국은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에 다시 이 카드를 꺼냄으로써 경제동맹을 과시했다.
또 두 정상은 다음 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주도해 국가 간 정책 공조를 추진키로 했다. 경제동맹 효과를 국제무대로 확산시키겠다는 뜻이다. 양국 관계에 집중됐던 기존 한·미 동맹 논의와 달리 이번 회담에선 국제적 이슈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녹색성장 모델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자며 첫 프로젝트로 ‘한·미 클린에너지 공동 연구개발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리비아의 민주화 정착, 경제재건, 행정력 배양, 기반시설 건설, 보건의료 개선, 직업 훈련 등을 양국이 함께 지원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이 매칭 펀드를 함께 출연해 리비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며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나라여서 새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이처럼 한·미 FTA를 통한 경제동맹을 강조한 데에는 한국 국회에 비준을 촉구하는 뜻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귀국 후 국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공조=발표문의 북한 관련 대목에는 ‘재확인했다’ ‘더욱 강화키로 했다’는 표현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북한 문제에서 양국의 입장 변화가 없었다. 북한에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우라늄 농축 중단 등 비핵화 사전 조치와 관련해 양보할 여지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두 정상은 “북한 당국이 궁핍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공조체제는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언한 북한 측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