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3.25% 동결… 넉달째 꽁꽁
입력 2011-10-13 18:57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넉 달째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동결 배경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금리정상화는 상당기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연초에 다짐한 베이비스텝(기준금리의 단계적 인상) 기조는 물 건너간 셈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국내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현재는 성장의 하방 위험이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총재도 “국제경제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8월부터 가시화된 미국·유럽 재정위기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공조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일부 유로존 국가의 채무위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여기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경제 회복을 이끌었던 중국도 9월 수출 증가율이 전월보다 7.4% 포인트나 급감하는 등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물가가 지난달을 정점으로 한풀 꺾인 것도 금통위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9월 소비자물가는 4.3%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8월(5.3%)에 비해 상승률이 1% 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며 당분간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2008년 8월 전월보다 0.25% 포인트 올린 이후 금융위기 발발의 여파로 23개월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선진국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사항이 아니어서 한은이 금리정상화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향후 1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연평균 4.3%로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에 비춰 “한은이 해외요인에만 신경 쓰고 물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 효과 측면에서 한은이 지나치게 늑장 대응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준금리가 5.25%로 높은 수준이어서 3% 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려 경기활성화가 가능했지만 3%대인 현재의 금리 수준으로는 금리인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때 금리를 못 올리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국면에서 대응의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