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무기, 이집트에 대량 밀반입… “대공포 시장서 쉽게 구입”
입력 2011-10-13 18:38
리비아 내전에서 무분별하게 탈취된 무기가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대량 밀반입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무기가 알카에다 등 테러 세력의 손에 넘어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리비아 무기의 이집트 밀반입은 현지 무기 판매상과 이집트 전·현직 군 장교 등을 통해 확인됐다. 시나이반도의 베두인족 무기 판매상은 “14.5㎜ 대공포와 견착식 대공포를 구하는 건 쉽다. 시장에 무기가 많아져 이런 무기 가격은 1만 달러에서 4000달러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집트 시민혁명과 리비아 내전을 거치면서 무기 밀수가 쉬워졌다고 한다.
이집트의 한 장성도 “최근 시나이반도에서 다량의 전쟁용 무기를 압수했다”면서 “리비아에서 나온 게 확실하다”고 했다.
리비아 내전에서 시민군은 정부군 무기고에서 무기를 대거 빼냈다.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리비아 무기는 통제 불능 상태다. 미국은 옛 소련에서 제작된 견착식 대공미사일(SA-7) 2만여정의 소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러 세력이 이를 손에 넣으면 민간 여객기에 대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시나이반도에서 거래되는 무기가 테러 세력에게 들어간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베두인족이 무기 대부분을 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에서 심한 탄압을 받았다. 또 있을 수 있는 군·경의 폭력에 대비해 무기를 사고 있다. 이름을 왈리드라고만 밝힌 20대 베두인족은 “1만5000달러를 주고 대공포를 구입했다. 멋져 보이기도 했지만 소중한 내 집과 가족,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국경이 존재하는 시나이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이곳에 무기가 많아지는 것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근심거리가 될 수 있다고 WP가 지적했다. 지난 8월엔 이스라엘 국경을 넘은 무장세력의 공격과 맞대응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8명과 이집트 군 6명이 숨졌다. 일부 무장단체는 최근 시나이반도를 이슬람 제국으로 만들자는 전단을 뿌리는 등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