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압바스’ 견제 공감… 이스라엘-하마스 포로협상 깜짝 타결 속내는

입력 2011-10-13 21:56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던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가 갑작스럽게 포로 교환 협상을 타결한 것은 팔레스타인 독립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력충돌을 주도했던 재소자들이 대거 풀려나면서 역내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압바스가 공동의 적=양측의 포로 교환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견제하자는 공동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건파인 파타 출신의 압바스 수반은 지난달 23일 유엔에 정회원국 승인 신청을 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파타와 경쟁관계인 하마스로서는 그의 인기가 달가울 리 없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내 입지를 재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번 협상으로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내주는 대신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을 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제3국으로 추방되는 조건을 하마스가 수용한 점도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타와의 과도 단일정부 구성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마스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정치상황에 개입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알아즈하대의 아부 사다 교수는 “이스라엘은 압바스 수반의 유엔 총회 연설 이후 그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번 협상을 진행했다”면서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그의 인기가 급상승한 반면 하마스의 지지도는 심각하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또 다른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길라드 샬리트 상병의 귀환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높은 물가와 소득불평등 문제로 지난여름부터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시위를 이번 협상으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샬리트 상병은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거쳐 오는 18일이나 19일 이스라엘에 귀환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불안 요소는=포로 교환이 장기적으로는 역내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파인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독립의 전면에 나서고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복귀하는 것은 그만큼 접경지대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야코프 아미드로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서 철통같은 경계를 유지하고 있어 석방된 이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는 11월에 시작되는 이집트 총선에서 당초 예상대로 무슬림형제단이 승리한다면 하마스와 이집트의 동맹은 더욱 공고해져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가자지구 구호선 공격 문제로 촉발된 터키의 압박도 역내 긴장을 높이는 위험 요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