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FTA 비준] 오바마, 리더십 과시… ‘경제효과’ 미흡땐 역풍 우려

입력 2011-10-13 21:38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향후 정치적으로 득실을 모두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산업도 명암이 엇갈린다.

◇오바마의 득과 실=‘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그는 후보 시절 무역 역조를 심화시킨다며 FTA를 반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미 FTA를 통해 7만개의 일자리와 수출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9%대에서 좀처럼 꺾이지 않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회복 둔화는 그를 FTA 전도사로 만들었다.

한국 등과의 FTA 비준은 오바마의 리더십에 일단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 그동안 건강보험 개혁이나 금융 개혁, 부채 협상 등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당파적 다툼이나 협상력 부재는 고스란히 오바마 대통령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년 동안 끌어오던 3개국과의 FTA 비준을 타협 속에서 원만한 결과로 이끌어냈다.

공화당과 보수층이 원하는 FTA 이슈를 타결지음으로써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끌어모은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진보 진영이 FTA를 반대하긴 했지만 이행법안 처리와 함께 그들이 요구한 무역조정지원(TAA) 프로그램도 의회가 통과시키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TAA는 외국과의 무역으로 인해 실직한 미국 노동자 지원에 연방정부가 연간 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제도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한국과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관계를 확고히 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좀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FTA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긍정적인 FTA 효과가 내년 말 선거 이전까지 어느 정도 나타나야 선거 캠페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산업의 명암=미국 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완전히 이행되면 국내총생산(GDP)이 101억∼119억 달러 늘 것으로 추산했다.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는 농업, 금융업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기계류 수출이 연 28억∼29억 달러, 화학·고무·플라스틱 제품이 27억∼29억 달러, 쇠고기가 6억∼18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금융업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 소유·설립이 완전 자유화되고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법이나 의료 부문까지 포함해 서비스산업에 상당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당초 미 업계의 반대가 심했었다. 그러나 추가 협상에서 관세 철폐 시기가 늦춰지는 등 보완책이 마련되면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섬유 업종이다. 한국산 수입이 17억∼18억 달러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전자 업종도 어느 정도 피해를 볼 것으로 평가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