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박근혜 “우리 나경원 밀어주세요” 7시간 강행군
입력 2011-10-13 21:32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3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지원군으로 나섰다. 2004∼2006년 야당 대표로서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40대 0’의 신화를 만들었던 ‘선거의 여왕’이 4년 만에 다시 선거판에 뛰어든 것이다.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구로동 관악고용지원센터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표는 곧바로 기다리던 나 후보와 만나 공동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두 사람은 오후 1시15분까지 고용지원센터와 가산동 구로디지털단지 일대를 돌며 구직자·벤처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때 ‘나경원 비토론자’로 알려지기도 했던 박 전 대표는 나 후보와의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구직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한 구직 남성에게 나 후보를 소개하며 ‘우리 (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나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장애 아동과 노인 분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며 “서울 시정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 역시 간담회 중간 중간 “박 전 대표와 힘을 합쳐 더 큰 결과를 내겠다”며 박 전 대표의 지원에 화답하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됐던 벤처기업협회 빌딩 앞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박 전 대표와 나 후보가 건물 밖을 나서자 몇몇 시민이 박수를 치며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오후 6시까지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의 벤처기업협회와 중소기업 등 7곳을 잇달아 방문하며 총 7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그러나 지원방식은 군중 유세를 통해 표 몰이에 나섰던 과거와는 달랐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고 대안을 찾는 식이었다. 구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고충을 들은 뒤 “일자리 문제는 공동체 전체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활과 자립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적극 지원하는 게 복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 한 벤처기업을 방문해 여성근로자들과 가진 대화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후에도 경력단절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된 선거지원 방식을 두고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조용한 유세’라고 정의했다. 그는 “박 대표는 현 상황을 정당정치의 위기로 본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이 제3세력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4일 부산을 방문해 재보선 지원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