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범행 칼 하수구 버리고 피묻은 셔츠도 불태워” 이태원 살인사건 담당형사의 회고

입력 2011-10-13 21:23


14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김락규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팀장은 13일 “아더 패터슨은 당시 범행에 사용했던 칼을 하수구에 버리고 숨진 조중필씨의 피가 묻은 셔츠도 불태우는 등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며 “정황상 패터슨에게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경찰은 패터슨(당시 18세)과 에드워드 리(당시 18세)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 위치와 방향을 볼 때 피해자보다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부검의 의견을 근거로 경찰 의견을 뒤집고 키 180㎝가 넘는 리만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김 팀장은 경찰 신분임을 의식한 듯 검찰의 당시 결정에 대해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패터슨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고 회고했다. 패터슨은 오히려 친구인 리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대질신문까지 벌였지만 패터슨과 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애썼다고 한다. 김 팀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서 패터슨과 리가 서로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시 패터슨의 손등엔 멕시코계 갱단 소속임을 암시하는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얼마 전 피해자 어머니의 인터뷰를 보니 14년 전 사건의 안타까운 기억이 되살아났다”며 “빨리 패터슨이 국내로 송환돼 법정에서 잘잘못이 가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박모 검사는 검찰을 떠나 지방에서 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