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옥]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재인식
입력 2011-10-13 17:51
우리사회 일각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남산 자유총연맹 광장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진 바 있으며, 대한민국사랑회와 이승만대통령연구소에서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승만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건국은 우리 민족사에서 최대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은 한반도에 그 이전에 존재했던 왕조 국가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치체제와 제도를 기반으로 한 국가가 성립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또 우리 한국인이 처음으로 근대적 개념의 권리를 지닌 국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바로 이러한 한국인의 존재론적 변화가 해방 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건국과 이승만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는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찍혀 있는 여권을 지니고 언어연수다, 관광이다, 사업이다 하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가르치려고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건국과정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남산에서 거행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개막식만 보더라도 스티븐스 미국 대사는 물병세례를 받으면서까지 행사에 참석한 데 반해, 직접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게다가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역사 속에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이승만과 대한민국의 건국 및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은 우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영원히 지켜나가야 할 가치 있는 이름이 아니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나라로, 불의가 정의를 눌러온 역사를 지닌 나라로 매도되었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건국의 역사를 훼손해온 지난 10여년의 결과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조국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옅어지면서 국가허무주의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건국 초기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나가려 했던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해방 후 지금까지 과연 무엇을 어떻게 이루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낸 유일한 국가라는 자긍심은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