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 제 잇속만 챙기려는 탐욕 버려야

입력 2011-10-13 17:48

올해 국내 은행들이 2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노조가 8%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은행 직원들은 성과급을 달라며 떼를 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비롯,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점령 시위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다.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정부에서 3조956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아직 돈을 갚지 않고 있다. 농협과 국민·우리은행이 갚지 않은 액수는 무려 2조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만 1조원대 순익을 냈다. 이익이 나면 자신이 갖고, 위급하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얄미운 행태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막대한 이익이 최첨단 경영기법을 동원하고 비용을 아껴 얻은 성과가 아니라 단순한 예대마진에 의존한 결과라 별 자랑할 거리도 못된다. 대출이자는 엄청나게 많이 받고 예금이자는 쥐꼬리만큼 주는 방식이라면 사채업자와 다른 게 뭔지 되묻고 싶다. 국내 18개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86.5%나 된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 온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제 과도한 탐욕과 모럴 해저드를 버리라고 금융권에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금융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무려 160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받아 살아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정부와 국민에게 빚졌다는 생각을 해도 모자랄 판에 틈만 나면 연봉타령이나 하는 한심한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정당한 보수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금융회사의 보수가 다른 직종에 비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용이 낮은 서민들에게도 대출 문턱을 낮춰 국민들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 금융회사가 먼저 할 일이다. 기업과 가계에 적절히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 흐름을 살리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가는 월가 이상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