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정관 개정으로 개혁 포기하나
입력 2011-10-13 16:54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가 개혁의지를 담은 현행 정관을 다시 개정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정관 및 운영세칙 등은 지난 7월 7일 특별총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개신안’이다.
개신안은 개혁과 안정을 추구하면서 한기총 분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직무대행 체제에서 4차례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마련한 ‘한기총 개혁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관을 4개월도 안 돼 바꾸자는 것이다. 개정 방향도 ‘개혁’이 아닌 ‘원상복구’ 쪽에 가까워 개혁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기총 안팎에서는 특정인을 차기 대표회장으로 세우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관 개정 움직임은 지난달 27일 임시총회에서 감지됐다. 임원 조각이 발표되자 중소교단 총대들은 “왜 우리 교단장 자리는 없냐”면서 항의했고 일부 임원은 “특별총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임원 수를 줄여 어쩔 수 없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구체적인 얘기는 지난 7일 열린 임원회에서 나왔다. 이용규 한기총 명예회장은 “특별총회에서 정관 개정이 됐으나 여기에 따르면 해마다 임원이 바뀌게 돼 혼란스러워진다”며 “(개정 얘기는) 한기총이 역사성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자연 대표회장도 “특별총회가 한국교회 정상화를 위한 것이었어도 한기총의 실제를 몰라 동의한 측면이 있다”면서 “한기총은 10년 전과는 달리 조직이 비대해져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정이 이뤄지면 8개월간 끌어왔던 한기총 사태 속에 개혁을 부르짖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게 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임원은 “한기총 당사자들이 개혁안을 통과시켰으면서 이제 와서 개정 운운하는 것은 애초부터 개혁의지가 없었던 걸 보여준다”며 “지금 개정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개정 논의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박위근)은 지난 96회 총회에서 한기총 특별총회에서 통과된 현 정관을 수호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만약 개정 움직임이 있을 시 행정보류 한다”고 결의했었다. 행정보류는 재정, 인적 교류 중단을 의미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