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수사권 갈등 재점화

입력 2011-10-13 00:31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 6월 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검·경이 합의해 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단서를 달면서 예고된 일이다.

법무부는 경찰의 내사(內査) 범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의 형소법 시행령 초안을 지난 10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 안에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내사의 범위를 초기 탐문과 정보수집으로 제한했다. 경찰이 내사로 범죄 혐의를 인식한 뒤에는 지체 없이 입건을 하되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계좌추적은 모두 내사가 아닌 수사 개시 단계로 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피의자 입건 전 단계인 주변인 탐문, 정보수집, 계좌 추적, 참고인 소환 등은 관행상 내사로 간주해 경찰의 자율에 맡겼다. 그러나 법무부 안은 기존 내사를 ‘내사’와 ‘수사 개시’ 두 단계로 구분한 뒤 수사 개시 이후 과정은 모두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는 형소법 개정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판정패했던 검찰이 수사권 조정 ‘2라운드’에서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입장을 담은 초안으로, 논의와 보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우리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안으로, 대통령령 제정 논의의 기본 틀로 삼기에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경찰청은 13일 경찰 입장을 담은 형소법 시행령 안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키로 했다. 여기에는 수사 주체로서 경찰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검사의 부당한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명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 안은 검·경 관계 재정립을 위해 형소법을 개정한 국회의 입법 결단에 배치된다”며 “형소법 개정 내용에 맞는 대통령령이 제정되도록 총리실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천지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