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나바 선교사 “이집트 콥트 기독인 유혈 진압은 무슬림 ‘기독교 차별의식’이 원인”
입력 2011-10-12 19:06
지난 9일 발생한 이집트군과 콥트 기독교인 간 유혈 충돌은 기독교에 대한 이슬람의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에서 활동 중인 이바나바 선교사는 12일 국민일보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이번 충돌은 이집트 무슬림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기독교인은 소수이며 무슬림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반영됐다”고 꼬집었다.
이 선교사는 “이집트 신문들도 이번 사태를 비난하고 있다”며 “아랍의 봄 이후 수많은 시위가 있었지만 군인과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하고 탱크로 사람들을 짓밟은 사례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A선교사도 “정국 혼란을 틈타 온갖 불법과 부정,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며 “힘없는 기독교인들만 타깃이 되어 고통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콥트교도는 이집트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며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혁명을 주도했다. 하지만 혁명 이후 군부와 극보수 이슬람 계파인 살라피 무슬림들이 활동하면서 심한 박해를 받았다.
미국 최대 기독교 잡지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12일 “콥트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의 부재와 불관용 등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콥트 기독교 수장인 바바 쉐누다 교황은 11일 이집트 전체 기독교인에게 3일 동안의 금식기도를 선포하는 등 희생자들을 기리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선교사는 “이집트 기독교계가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이전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혁명 이후 치안이 불안하고 이슬람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정국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기독교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인권단체연합(EUHGO)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이집트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한 기독교인들이 10만명에 달한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이들은 모두 군부와 이슬람의 압제 속에 떠났다”며 “이 같은 탈출 행렬이 계속된다면 10년 후엔 거의 모든 콥트교도들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