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무료 치료 의료진들 “우리가 앓는 이 빠진 기분”… 명동 행복한 치과, 사랑의 인술 의기투합
입력 2011-10-12 18:54
서울 명동 도심 한복판에 참 이상한 병원이 있다. 환자가 낸 치료비가 장애인·저소득층의 치료비로 되돌리는 치과다. 지난해 7월에 개원한 이 치과엔 서울 서대문구와 중구,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의뢰한 저소득층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지역사회 건강복지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중구청장 표창장을 받았다. 무료진료가 이뤄지는 11일, 서울 충무로1가 비영리의료기관인 행복한 치과를 찾았다.
저소득층 무료진료는 수시로 진행된다. 이날 오전에는 서대문구에 등록된 장애인 2명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20여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은 이들의 치료를 돕느라 분주했다. 매주 병원을 찾는 이들을 위해 병원은 건물과 병원 입구에 받침대를 설치했다. 장애인들의 전동휠체어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최신식 의료기술과 시설을 갖춘 병원들이 경쟁하는 명동에서 이 같은 비영리의료기관이 자리 잡은 데는 의료진들의 영향이 컸다.3명의 원장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저소득층에게 치과 문턱을 낮추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날 치료를 맡았던 김종진(41) 부원장이 행복한 치과에 온 것도 이 때문이다. 95년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선교단체인 UBF에서 치과간사를 역임한 그는 봉사와 경영을 함께 진행하는 이 치과의 취지에 공감해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일단 치과치료라면 위축되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여기는 자원봉사단체가 함께 오니까 부담 없이 치료를 받으시는 것 같다”며 “무상의료까지는 국가 시스템이 필요해서 어렵지만 작게나마 어려운 분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치과는 앞으로 더 많은 의료 인력과 함께 저소득층 의료 복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재단법인 이사이자 경영기획실장인 나중수(35)씨는 “저소득층 진료와 후원에 더욱 힘쓰는 한편 해외 의료선교에도 참여할 예정”이라며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의료혜택을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