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효과’… 스타의 입대, 축제가 되다
입력 2011-10-12 18:30
군 입대를 발표한 뒤 가수 비는 전성기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m·net)에 특별출연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영화를 공개하고, 9일에는 서울 영동대로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를 준비한 CJ E&M 관계자는 “곧 돌아오겠다고 팬과 약속하는 자리이자 축제였다”고 평했다. 입대 이벤트의 절정은 11일 케이블TV tvn의 입대 현장 생중계. 현빈에 이어 두 번째로 연예인 입대에 중계차가 떴다.
연예계에서 군 복무기간이 휴지기라는 건 옛말이 됐다. 연예인들은 만천하에 군 입대를 공표하고 팬들과 함께 입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군필’ 연예인에 대한 호의적 시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입대와 제대가 축제가 되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발 빠른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군 입대를 팬층을 넓히고 다지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군필’ 효과=‘열 작품 부럽지 않은 군필 효과’를 누리는 연예인의 성공담은 많다. 안티팬이 많았던 가수 문희준, 꽃미남 이미지였던 배우 현빈·조인성·공유 등이 수혜자로 꼽힌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100만 안티팬을 몰고 다닌다던 문희준은 군대 다녀오면서 안티팬을 다 정리했다”며 “비호감 연예인에게 군 입대는 이미지를 바꾸는 기회”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외모의 배우 현빈과 조인성은 자원입대를 통해 남성팬을 대거 확보했다. 공유는 군대에서 소설 ‘도가니’를 읽고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해서 ‘개념 있는 군필 배우’로 새삼 화제가 됐다.
군필 연예인의 인기는 반사이익 측면이 크다. 하씨는 “연예스타 병역비리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대단히 크다. 그게 군대 다녀온 이들에 대한 호감으로 표출된다”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를 ‘군 프리미엄’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대중이 군필 연예인과 미필자를 구분한다”며 “스타도 이걸 깨닫게 됐고, 입대를 (홍보)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다릴 거야…‘고무신’ 팬덤=호감은 ‘기다려주자’는 한국적 팬덤으로 이어진다. 해병대에 복무 중인 현빈의 공식 팬카페 ‘현빈공간’에는 ‘D-421, 2012년 12월 6일 오전 8시. 당신이 제대하는 날!!!’이라는 게시물이 떠 있다. 제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한 인터넷사이트 현빈방에는 지금도 하루 2000건 안팎의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온다. 비슷한 현상은 비 팬카페에서도 시작됐다.
군대간 애인을 기다리듯 스타를 기다리는 ‘고무신’ 팬덤 뒤에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팬클럽을 관리하는 대형 매니지먼트회사의 노력이 있다. 하지만 ‘기다리자’는 공감대가 꼭 열혈 팬의 얘기는 아니다. 군필 연예인을 입대 전 자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반 시청자 사이에도 있다.
2009년 말 제대를 앞둔 가수 김종민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복귀 논란에 대해 당시 한 블로거는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 제자리를 찾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고 썼다. 김종민은 2010년 초 ‘1박2일’에, 그해 3월 제대한 가수 하하는 MBC ‘무한도전’ 멤버로 복귀했다. 군대라는 공백을 함께 메워줘야 한다는 시청자 여론이 만들어낸 지극히 한국적 ‘사건’이었다.
이영미 양진영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