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시위 확산] 서민대출 갈수록 줄이면서 이자로 배불리는 금융사들
입력 2011-10-12 18:55
금융시장에서 서민들이 외면받고 있다. 금융 소외자들을 위한 안전망을 자처하는 상호금융회사의 서민 대출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2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이익이 전망되는 은행권은 서민 대출 중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은행당 3억원만 출자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제의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발(發) 금융위기를 틈타 이자 수익만 늘려 손쉽게 돈을 버는 금융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맹목적으로 돈만 좇는 금융자본의 탐욕스러움을 비판하는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가 국내에서도 태동하는 이유다.
◇말로만 ‘서민금융’=최근 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상호금융회사들이 정작 저신용자 대출은 외면하고 있다. 12일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신협의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비중은 2007년 36.9%에서 2008년 34.6%, 2009년 35.2%를 거쳐 지난해 32.9%로 낮아졌다. 반면 고신용자(1∼6등급)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63.1%에서 67.1%로 증가했다.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도 2007년 75.5%에서 지난 2분기 말 68.7%로 10%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는 60.54%, 농협은 68.9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예대율이 100%를 넘기는 경우도 잦은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 고객이 서민층인 상호금융회사가 서민은 외면한 채 안전한 ‘돈 장사’에만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협의 이자수익은 2008년 2조332억원에서 지난해 2조804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4년간 총자산은 27조원에서 48조원으로, 당기순익도 1405억원에서 올해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협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해와 전체적으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20조 ‘돈 잔치’ 은행권, 서민 위한 3억원 갹출엔 냉담=은행권은 지난달 사회적 기업 한국이지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출자 권유를 거절했다. 한국이지론은 서민의 대출중개 수수료를 줄여주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으로 0.2∼4.0%의 낮은 수수료로 대출을 알선해주는 곳이다. 금감원은 6개 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회사별로 최대 3억원의 출자를 권유했지만 은행들은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돈 장사’에만 매달리는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당국도 경고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이날 “금융회사들이 투명성과 투자자 신뢰를 잃고 있어 가시적 변화가 요구된다”면서 “윤리·준법 경영 감시를 위해 대주주 등의 부당한 간섭 또는 부당거래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강준구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