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시위 확산] 월가 시위대 “부유세 폐지안 반대”… 억만장자 주택가서 항의행진

입력 2011-10-12 21:52

미국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억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맨해튼 호화주택가로 항의 행진을 벌였다. 월가 점령 시위는 각국으로 번지고 있으나 정작 시위를 처음 시작한 이들이 맨해튼 남부에서 벗어나 중부 지역으로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0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자신들의 거점인 주코티 공원을 벗어나 어퍼 이스트 사이드쪽으로 향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곳에는 뉴스 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 루퍼트 머독,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 거대 에너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크 부회장, 대형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존 폴슨 등의 저택이 모여 있다.

시위대는 코크 부회장의 아파트 앞에서 잠시 머물며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를 이끈 조너선 웨스틴은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 공정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뉴욕을 방문했다가 시위에 참여한 무스타파 이브라힘(23)은 “지금 미국은 이집트의 상황과 너무 똑같다”며 “문제는 부자는 점점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가난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뉴욕주의 ‘부유세’(millionaire’s tax) 폐지안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부유세는 뉴욕주의 상위 소득계층 2%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으로 오는 12월에 폐지될 예정이다.

시위가 격화되자 보너스 파문 등 대중들의 분노가 일 때마다 표적이 돼온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이번주 맨해튼 버나드 칼리지에서 갖기로 했던 공개 강연 일정을 부랴부랴 취소하기도 했다.

한편 보스턴 금융지구에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본뜬 ‘보스턴을 점령하라’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일주일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도심에서 텐트를 치우라는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시위대 50여명이 체포됐다. 보스턴에서는 이날 대학생 수백명이 “기업이 아닌 교육에 투자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월가의 행태와 소득 불평등에 항의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