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환율전쟁 재점화… 무역갈등 비화땐 해외 수출 타격
입력 2011-10-12 22:06
미·중 간 환율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가치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환율갈등이 무역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어 우리 수출기업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요국들의 정책공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 금융시장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국제경제실장은 12일 “미국의 환율감독 개혁법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며 “결국 점진적인 위안화 가치 상승과 더불어 환율갈등이 무역갈등으로 나타날 소지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절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수출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상당수 우리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절상돼 부품 가격이 인상되면 제품 가격도 올라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중국의 대(對)미 수출 감소로 한국의 대(對)중 수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 70% 이상이 중국의 수출용 완제품에 필요한 부품이다. 중국이 대미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업들은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중국의 수출이 나빠지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은 아시아 통화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투기세력들이 몰려와 원화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3분기 들어 원화값의 변동성은 인도 대만 태국 등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훨씬 컸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2005년 위안화 절상 때도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되면서 원화가치가 올랐다”며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중장기적으로는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파열음으로 국제공조도 빨간불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그리스발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강력한 국제공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공조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대선 선임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국제공조밖에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깔려 있다”며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은 국제공조 가능성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