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 난제 넘었지만 유로존 상황 ‘첩첩산중’

입력 2011-10-13 02:12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돌파구로 인식돼 온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이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관문인 슬로바키아 의회에서도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존 상황은 산 넘어 산이다. 유럽 은행들은 재정위기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공세를 받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자본 규제 강화 방안까지 꺼내들면서 자금 압박이 더 커졌다.

◇유로존 ‘첩첩산중’=유로존 회원국 1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EFSF 증액안을 처리하지 않은 슬로바키아 여야 정치권이 12일(현지시간) 이를 승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투표는 14일에 열린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전날 124명의 재적 의원 가운데 총 55명만이 찬성표를 던져 법안 처리를 위한 76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가난한 우리가 부자 나라를 도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실제 정치권 내 갈등이 더 컸다. 여야의 14일 처리 합의로 EFSF를 통한 그리스 구제금융, 은행 지원 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은행 위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1일 산탄데르 등 스페인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은행 부실자산을 원인으로 꼽았다. 피치도 스페인 은행 6곳과 이탈리아 은행 3곳에 대한 등급을 낮췄다. 앞서 남유럽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뿐 아니라 영국·프랑스 은행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이미 유럽 은행들의 자금줄은 보유한 재정불량국 국채가 휴지조각으로 변해가고, 예금자들의 대규모 인출이 이어지면서 마를 대로 마른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EU 산하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실상의 추가 스트레스테스트(재정건전성 평가)에서 48개 은행이 불합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91개 은행 중 8개만이 불합격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늘어난 숫자다.

◇해법은=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위기 해법은 신뢰할 만한 스트레스테스트와 추가 자본 확충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높다.

이들 은행을 살리는 길은 결국 ‘돈’이다. 자본을 확충해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자금을 수혈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위해 EBA는 자본 확충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럽 은행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을 9%로 높이는 내용이다. 시장 예상치인 6∼7%를 뛰어넘는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 이 같은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지만 자본 확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FT는 “이 기준을 6∼9개월 내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재정위기 해결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에 오는 13∼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차관 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20은 이 자리에서 유럽 재정위기 해법 등 단기적인 대응방안과 국가별 중기 정책 방향을 담은 ‘액션플랜’을 정비할 계획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