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의도 금융가로 번진 反월가 시위

입력 2011-10-12 17:48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월가) 시위가 이번 주말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진다. 금융소비자 권리찾기 연석회의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오는 15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금융가 점거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노동·빈민·철거민단체로 구성된 빈곤사회연대가 서울역 광장에서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 주장은 월가 시위대와 거의 같다. 금융자본이 단기간 고수익을 창출하고자 투기경영을 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금융자본의 탐욕 규제, 금융범죄 엄단, 금융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키로 했다. ‘상위 1%에 맞선 99%’라는 슬로건 역시 월가 시위대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금융자본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현 단계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병폐는 부의 양극화다. 중산층이 몰락해갈 정도로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금융자본의 모럴 해저드는 심각하다. 새로운 파생 상품들을 고안해 고수익만을 노리다 파산하면 정부에 빚더미를 안기고 국민을 실직자로 내몰기 일쑤다. 이는 자본주의를 채택한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월가 시위가 외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청년실업이 큰 과제다. 서민 돈을 받아다가 흥청망청 써버린 저축은행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도 논란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도 분노할 소재들이 적지 않다. 차제에 정부와 금융권, 대기업들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

월가 시위는 지금까지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금융가 점거운동’의 경우 소위 ‘시위꾼’들이 모여들어 정부를 헐뜯거나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장(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마침 10·26 서울시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정치색을 띤 불법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의 참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월가 시위대의 준법투쟁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