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살인사건 부실처리 철저히 조사하라
입력 2011-10-12 17:46
1997년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 사건의 처리과정을 들여다보면 사법당국에 분노가 치민다. 부실 수사로 사건이 미궁에 빠진 것은 제쳐두더라도 용의자가 버젓이 출국하도록 방치하는 등 무책임했던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대 대학 휴학생이 흉기에 무참히 살해된 이태원 사건 재판이 1차로 마무리된 것은 1998년 9월이다.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가 살인범으로 기소된 사건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되자 서울고법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리와 함께 현장에 있었고 범행 흉기를 하수구에 버려 애초부터 범인으로 지목됐던 아서 패터슨에 대한 재조사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재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이 그해 11월 패터슨을 새롭게 고소하자 검찰은 그제야 출국 정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2차례 연장된 출국정지시효가 1999년 8월 23일 끝나자 사법당국은 사흘 뒤에야 기한을 연장했다. 시효가 끝난 바로 다음날 패터슨이 미국으로 출국한 뒤의 일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법무부는 2009년 10월 패터슨이 미 법원에서 1급 주거침입죄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측으로부터 통보받았으나 곧바로 범죄인인도요청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가 범죄인인도요청서를 외교부에 넘긴 것은 그해 12월 28일이었다.
패터슨은 지난 5월 체포돼 한국 송환을 결정하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3심에 권리구제 절차까지 밟게 되면 송환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애초 출국금지 연장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사달은 피할 수 있었다. 사건 피해자의 모친은 그제 인터뷰에서 “나라가 있으나 마나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14년간 진범을 잡으러 국회와 시민단체를 전전하고, 미국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던 유족의 피맺힌 절규를 사법당국은 뼈아프도록 새겨 들어야 한다. 사건처리에 미흡했던 사안들을 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를 유족과 국민 앞에 공개하는 한편 패터슨을 속히 법정에 세워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