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최고의 입신을 가려라
입력 2011-10-12 17:29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9단. 바둑 기량의 품격을 아홉 단계로 나누어 평한 위기구품(圍棋九品)에서는 최고 단위 9단을 입신(入神)이라 이른다. 프로시합에서도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입신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기전이 있다. 올해로 제13회를 맞이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이 지난 7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됐다.
1999년 18명으로 시작된 입신최강전은 2000년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꺾고 최규병 9단이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4회 때는 루이나이웨이·장주주 9단 부부가 함께 결승에 올라 최초의 부부대결을 벌였다. 6회 때는 이세돌 9단이 합류하면서 젊은 9단의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 9단은 6, 7, 8회에 걸쳐 3차례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입신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9회에서는 박영훈 9단이 우승하고 10회와 11회에는 최철한 9단, 그리고 다시 12회에서는 박영훈 9단이 우승컵을 안으며 젊은 9단들의 활약이 계속됐다. 처음 시작은 18명으로 단출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본선 시드 진출자를 포함해 54명의 기사들이 출전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기사는 박정환, 허영호, 이희성 등 3명이다.
특히 박정환 9단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달성하고 18세에 후지쓰배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차세대 주자로, 이세돌 9단의 뒤를 이어 국내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허영호 9단 역시 지난해 삼성화재배 세계선수권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0 바둑대상’ 감투상을 수상한 실력자이다. 이제는 입신최강전에 국내랭킹 10위권 선수 7∼8명이 참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명실공히 최고 기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것이다.
7일부터 펼쳐진 예선전에서는 46명의 선수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16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예선전에서는 여자기사와 시니어기사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김일환 9단과 노영하 9단이 각각 루이 9단과 박지은 9단을 물리쳐 시니어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여자기사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조혜연 9단마저 김영환 9단에게 패하면서 여자기사 전원의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또한 서봉수 9단은 김승준 정대상 9단을 잇달아 꺾고, 정수현 백성호 서능욱 9단은 허장회 양상국 장수영 9단을 각각 따돌리고 본선에 합류했다. 중간층으로는 김영환 이상훈 김성룡 최명훈과 뒤를 이어 안조영 조한승 이희성 박정상 송태곤이 올라오며 신구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본선 시드로는 전기 4강 박영훈 이창호 목진석 최철한과 랭킹시드 이세돌 박정환, 역대성적우수자 유창혁, 후원사 시드 조훈현이 받은 가운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24강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