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가을날 자전거타기

입력 2011-10-12 19:32


어느새 산과 들에 추색이 완연합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생명들은 겸손을 터득한 것이지요. 정면으로 바라다볼 반항이 없어진 것입니다. 성숙을 감추기 위한 겸손입니다. 아직 덜 성숙된 이파리들은 마지막 갈아입을 옷 때깔을 고르며 고운 빛깔로 채색을 도모할 것입니다. 화려함으로 치장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이런 땐 도무지 아름다움이 헷갈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요. 성숙됨은 스스로 자애롭고 다투질 않으니까요. 그 사이 바람에 흩날리는 청초한 가을정령들이 야산에서 하늘거립니다. 어느새 한강 근처 공원이나 강변 어디든 하늘거리는 억새와 갈대들이 많습니다. 멀리 떠날 것 없이 하늘공원과 한강을 따라 천천히 달려봐야겠습니다.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멀리서 아름다운 것들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빨리 달리던 습관에서 조금 천천히 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전거 뒤에 가족이나 연인 그리고 아이를 태우고 건들건들 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을이 떠나가 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