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목회 현장-‘서울 새생명교회’] “병든 양 돌봄이 참목회” 24년째 치유사역

입력 2011-10-12 21:10


기도원에서나 하는 치유사역을 왜 굳이 교회에서 할까. 보수장로교단 소속 목회자가 왜 치유사역을 하고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 망우동 새생명교회(구제원 목사)로 향하면서 든 의문점이다. 올해 24년째 치유사역을 해오고 있는 구제원(63)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소속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교단 중 하나다.

일주일에 화·목요일 두 번 치유사역이 있다. 화요일인 11일 조그만 상가교회 예배당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 강원도, 경상북도 등 전국에서 왔다는 게 구 목사의 설명이다. 이들은 주로 편두통, 알코올 중독, 간질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병원, 기도원 등을 다녀봤지만 치유가 안 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 목사를 찾은 것이다.

구 목사는 한 사람 한 사람씩 상담을 한 뒤 안수기도를 했다. 그런 뒤엔 아픈 부위에 흰 장갑을 낀 손가락을 몇 번이고 집어넣었다. 그러면 환자는 ‘아프다’며 소리를 지른다. 병환의 정도가 깊을수록 이 횟수는 늘어난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때리고, 어깨가 아프면 어깨를 누르고, 목이 아프면 목을 잡는 식이다. 허리나 배가 아플 때는 손가락을 넣는다. 구 목사는 이것을 치유가 아니라 ‘수술’이라고 했다. 성령의 능력을 통한 병의 치유로 ‘성령 수술’이라고도 했다. 처음에는 새생명교회 교인들을 상대로 했지만 알음알음으로 지금은 전국에서 신자·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구 목사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런 병도 고칠 수 있냐’는 것.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이 갖고 있기 마련인 질병들의 이름을 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구 목사의 대답은 “물론이죠”다. 구 목사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라 믿기 때문이다. 치유 때마다 구 목사는 이렇게 기도한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고쳐주세요.” 그런 다음엔 그 질병을 향해 선포하고 손으로 누르거나 찌르면 아픈 부위가 낫는 것이다. 구 목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수술이기 때문에 누르고 찌를 때 아프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없이 깨끗하게 낫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구 목사가 치유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정신병을 앓고 있던 한 사람을 4년이나 기도한 끝에 겨우 낫게 한 적도 있다. 10여 년 전엔 목회의 한계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 안수기도를 한 불치병 환자들 중 일부는 나았지만 일부는 전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10년 넘게 안수기도를 해왔던 터라 앞이 막막했다. 40일 금식기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안 되면 치유목회를 접을 참이었다. 광주 무등산의 한 기도원에 올라가 따지듯 기도했다. “성경에는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할 것이요 이보다 큰일도 할 것이다’라고 하셨잖아요? 주님 말씀은 진리인데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금식기도를 하면서 그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독특한 치유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년 넘게 이 사역을 해오면서 핀잔도, 오해도 많이 받았다. 주위 목회자들은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이단이 된다”고 경고했다. 스스로도 치유목회는 싫었다. 하지만 1987년 경기도 구리에서 교회를 개척했을 때 처음 찾아온 교인이 정신병자였다. 그 뒤로도 새생명교회를 찾은 사람들은 주로 환자들이었다. 성경을 봤다. 예수님이 하신 사역은 말씀 선포, 가르침, 치유와 악한 영을 쫓는 축사(逐邪)였다. 예수님도 사도들도 교회사 속 인물들도 치유사역을 했다는 걸 발견했다.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도 치유사역 때문에 욕을 먹겠지만 천국 갈 때까지 결코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치유사역을 해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 한국교회 성도 상당수가 현재 지쳐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통해 은혜를 경험하지 못하고, 그렇다보니 세상에서도 영향력 있게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받았던 미움과 시기, 온갖 탐욕이 마음속에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구 목사는 “마음속에 가득한 악한 것들을 쫓아낼 때라야 하나님의 말씀이 제대로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건강이나 가정문제, 물질의 문제도 그런 후에야 해결된다”고 했다.

새생명교회 예배당 벽엔 어린양을 안고 계신 예수님이 그려진 성화가 걸려 있다. 그가 성화를 가리켰다. 치유사역을 하면서 잃어버린 양, 연약한 양을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치유와 구원을 경험했던 수많은 병자들이 등장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오직 주님’을 고백하며 나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목회현장에서는 약하고 병든 양보다는 살찌고 튼튼한 양들에게 관심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구 목사가 독특한 것은 치유의 능력을 모든 목회자들과 공유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수많은 성도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만큼 ‘내 교회 성도들은 내가 치유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많은 목회자들에게 치유사역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치유목회의 대중화와 이를 통한 한국교회의 건강성 회복. 보수교단 소속의 구 목사가 치유목회에 앞장선 이유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